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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울지 못하게 된 새는

진 레이세이 2018. 1. 29. 14:52
#검마루미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버렸다. 전면전에서 패한 책임을 누군가가 지어야하는 상황에서, 왕이라는 자들은 입을 모아 외쳤다.

"검은 마법사의 반신을 내쳐야합니다."
"동의합니다. 언제 어둠에 물들지도 모르고... 솔직히 불안전한 존재이지 않습니까?"

앞에 나와서 싸우는 쪽에선 큰 전력을 잃게 되는 것이니 응당 반대하고 나왔으나 그들이 펼친 공작에 그의 지위는 무척이나 흔들이게 되어버렸고 결국 멋모르는 인간들의 외침에 연합은 루미너스의 편을 들어줄 수 없게 되었다.

"어이. 샌님-"
"...."
"이제 어딜 갈거야? 라니아 그 아가씨 곁으로.."
"가면 분명 그 아이가 상처입고 다치겠지."

그렇게 말하며 연합의 시야에서 사라진 그는 다신 그들의 앞에 보이지 않았다. 연합이 죽기 그 직전까지도.

*

더이상 라니아에게 돌아갈 수도 없게 되어버렸군. 돌아간다고 약속 했는데. 지킬 수 앖게 되어버렸군. 이젠..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어.

"처량하군."
"딱히 그렇지는 않... ?!"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지? 왜 나는 그동안 눈치채지 못한 건가. 연합에 버려졌다고 한들 내가 할 일은 변하지 않았을텐데. 좀도둑이 알았다간 평생 놀림감이 되겠어.

"흐응- 혼란스러운 눈치로군."
"...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내 등 뒤로 다가와 있는 검은 마법사에게 샤이닝로드를 겨누고선 마나를 끌어올렸다. 최소한의 상처라도 낸다면 그들이 좀 더 안전하게 이 자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쓸대없는 짓을. 아직도 어리석구나."
"쓸대없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니겠나."
"그럴지도 모르지만... 상대를 보고 덤비는 것을 추천하지. 차라리 도망가는 것이 좋았을텐데."

도망이라는 선택지를 입에 담으며 천천히 내게 다가온 그는 손쉽게 내게서 샤이닝로드를 뺏어가버렸다. 옛날 봉인 때도 느꼈지만 비정상적으로 강한 힘... 마법사 맞나 싶군.

".. 그래서, 내게 무슨 일이지?"
"주인에게 버려져 울지 못하게 된 새를 주우러 왔지."

주인에게 버려졌다니. 그거 설마 내 이야기인가? 하. 웃기지도 않는군. 버려진 것도 아니고, 울지 못하게 된 것도 아니다. 나는 울지 않을 뿐이니까.

"상처입은 새를 거둘려고 하는데. 또다시 버려질까 두려워서 그러는 건가?"

또라니. 난 버려진 적 없다. 모두가 미안해 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뿐이다. 내가 희생하지 않았다면 내란이 일어났을 거라 별 수 없이...

"현실도피 중이었던 건가? 정신 차리는 것이 좋겠군."

다정이 쓰다듬는 그의 손길에 멈칫 해버렸다.  손길이 닿은 곳의 온기에 천천히 무너져버렸다. 현실을 묶어둔 나의 아집이 무너져 내렸다.

"아... 아아..."
"믿고 싶지 않았겠지. 동료라 믿은 이들에게 자신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존재었다는 것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내가 결과를 들었을 때 느낀 것은 단 하나었다. 배신감. 너무나도 강하게 내 마음을 잠식해버렸던 탓에 되려 알아채기 힘들었다.

"가련하고도 가엽구나. 스스로의 마음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삼키며 그들을 위해 움직이려 하다니."
".. 윽."

그가 내 볼을 쓸어내리자 뜨거운 무언가가 그 뒤를 쫓아 흘러내렸다. 그러길 기다렸다는 듯이, 내 양쪽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고 그대로 쏟아졌다.

"으흑.... 흑...."
"안타깝구나. 버림받은 작은 새여."

그렇게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터져나오자 나는 어느새 검은 마법사의 품 속에 갇혀있었다. 머리로는 도망가야한다고 빠져나가야한다고 하지만 이미 머리의 말을 듣지 않게 된 몸은 온기를 찾아 좀 더 그의 품 속으로 파고들 뿐이었다.

"실컷 울거라. 너를 버린 저들에게 남아있는 미련까지 씻어낼 정도로 실컷...."
"흐윽... 흑...."

그 뒤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의 손에 이끌려 그의 본거지로 갔고, 그가 준비해준 방에서 조용히 잠들어있었을 뿐이니까.

"잘잤느냐?"

새로히 모시게 된 주인을 보고 웃으며. 그렇게 평안하게 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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